노벨상 석학 제프리 힌튼이 말하는 AI 일자리 쇼크의 실체는

2025-11-25     제이슨 박

 

"이번 AI 혁명은 과거 산업혁명과 질적으로 다르다.육체가 아닌 두뇌를 대체하는 첫 번째 혁명이다."–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명예교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7Blouvl2fkg]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딥러닝의 아버지' 제프리 힌튼이 KBS와의 단독 인터뷰(11월 20일)에서 던진 메시지는 단순한 기술 전망이 아니었다. 그는 인공지능(AI) 혁명이 과거 산업혁명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하며, 준비되지 않은 사회에 거대한 고용 충격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당신 자녀가 꿈꾸는 직업도 예외가 아니라는 불편한 질문이다.

육체가 아닌 두뇌를 대체하는 혁명

과거 산업혁명에서 기계는 인간의 근육을 대신했다. 삽으로 흙을 파던 노동자가 굴착기로, 봉제 노동자가 미싱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공장 일자리와 서비스업이 대거 생겨났다. 힌튼이 지적하듯 그때는 "육체노동이 기계로 바뀌고, 사람은 다른 종류의 일을 찾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번 AI 혁명은 우리의 두뇌 노동까지 정면으로 겨냥한다. 텍스트 작성, 번역, 프로그래밍, 회계, 의사결정 보조까지 화이트칼라의 업무가 알고리즘의 메뉴로 편입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이미 숫자로 증명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인텔, 아마존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올해에만 10만 명이 넘는 인력이 회사를 떠났다. 독일 틱톡에서 선정적·폭력적 영상을 검열하던 콘텐츠 모더레이터들도 해고됐다. AI와 알고리즘이 그들의 역할을 대신한다.

KBS가 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노동연구원과 함께 실시한 국내 최초 인식조사는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기업과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새로운 기술이 기존 업무의 70% 이상을 대체할 것"이라 응답했고,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답변은 양쪽 모두 80%를 훌쩍 넘었다. 일자리 쇼크는 예측이 아니라, 이미 기업 현장의 상식이 되고 있다.

고용 사다리가 무너진다

이 불안은 한국의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얼굴을 드러낸다. 특히 경력직보다 신입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과거에는 기술 혁신이 기존 일자리를 밀어내도 청년 세대에게 새로운 직무와 산업이라는 출구가 열렸다. 그러나 이번 혁명은 그 출구 자체가 얼마나 생길지 불투명하다.

은행권은 영업점을 빠르게 줄이며 40대 초반까지 희망퇴직 대상을 넓히고 있다. 하나은행은 만 40세 이상, 신한은행은 만 38세 이상 직원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한때 정년을 향해 올라가던 직장 사다리가 중간에서 잘려 나가는 셈이다. 스마트폰 뱅킹과 챗봇 상담이 창구 업무를 대신하면서, '안정된 전문직'이던 은행원이 구조조정의 상징이 됐다.

입구도 문제다. 청년들이 첫 경력을 쌓던 초급 일자리가 가장 먼저 흔들린다. 메가커피 일부 매장에는 이미 로봇 바리스타가 들어와 원두를 계량하고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일본에서는 볶음밥을 뒤집는 조리 로봇이 등장했다. 한때 단순하지만 중요한 훈련의 장이던 서비스·조리 현장이 "로봇에게 맡겨도 되는 일"로 분류되는 순간, 청년들이 실전에서 일을 배우며 성장하던 디딤돌이 사라진다. 이것이 바로 현장에서 감지되는 '고용 사다리 붕괴'다.
 

"기업과 근로자 80% 이상이 '일자리 감소'를 예측했다.이는 예측이 아니라, 이미 현장의 상식이다."– KBS·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노동연구원 공동조사 결과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7Blouvl2fkg]

부는 소수에게, 위기는 모두에게

시야를 세계로 넓히면 AI가 만들 미래는 더욱 분명해진다. 중국은 올해를 '로봇 개발 원년'으로 선포하고 휴머노이드 G1을 1,900만 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오픈AI와 메타 기술이 탑재되자 판매량이 25% 급증했다. 소비자들은 가사 도우미를 넘어 정서적 교감까지 기대한다. 5~10년 안에 가정용 보급을 목표로 하는 휴머노이드가 노동 시장에 본격 투입될 날이 멀지 않았다.

UN 무역개발부(UNCTAD)는 "향후 10년 동안 전 세계 일자리의 40%가 AI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33년까지 AI 시장 가치는 약 7,600조 원에 달하지만, 주로 미국과 중국에 본사를 둔 100개 기업이 전 세계 AI 연구개발 지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소수의 거대 빅테크가 AI 인프라와 데이터를 독점하는 구조가 강화될수록, 개발도상국의 저비용 노동력은 경쟁력을 잃고 부의 편중은 심화된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 지금

힌튼은 "AI 기술의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함께 규칙을 만들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인식조사에서도 기업과 근로자는 한목소리로 "대체 일자리를 위한 직무 전환과 재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고용 충격을 완화하려면 실업 이후의 지원이 아니라, 일자리가 사라지기 전부터 체계적인 전환 교육을 설계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도, 종말론적 비관도 아니다. "언젠가 새로운 일자리가 또 생기겠지"라는 과거형 낙관론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동시에 "AI가 모든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공포에만 사로잡히면 가장 필요한 투자와 학습이 지연된다.

전략적 대응이란 내 일자리의 어떤 부분이 알고리즘으로 대체될 수 있는지 냉정하게 진단하고, 그 위에 어떤 인간 고유의 가치를 덧입힐지 설계하는 일이다. 정부는 교육·복지 시스템을, 기업은 인력 운용 전략을, 개인은 자신의 역량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 변화의 속도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준비의 깊이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변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준비할 수는 있다. 그 선택의 시간은 이미 시작됐다.

 

"청년들이 첫 경력을 쌓던 디딤돌이 사라진다.고용 사다리 붕괴는 이미 시작됐다."– AI 일자리 쇼크 현장 보고서 중[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7Blouvl2fkg]


▶본 기고문은 KBS뉴스 보도특집(2025.11.20 반영분)을 분석하여 작성되었습니다. [기사 출처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7Blouvl2fkg] 


◆필자 제이슨 박은 미 샌디에고 캘리포니아 대학을 졸업 후 캘리포니아 주 고교 교사를 거쳐 일리노이대 입학사정관으로 일했다. 현재 이스턴 일리노이대, 사우스웨스트미네소타 주립대, 독일 유럽대의 입학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또한, 유튜브 및 틱톡 채널 '제이슨튜브'를 운영 중이며, 오산대학교 전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